LG화학, 연초부터 4000억 '잭팟'…美제약사에 희귀비만약 기술수출

입력 2024-01-05 17:49   수정 2024-01-15 16:31

‘합성신약 명가’ LG화학이 올해 국내 제약·바이오업계 첫 기술수출의 주인공이 됐다. 먹는 유전성 희귀비만증 치료제 개발권을 미국 제약사에 판매하면서다. 1981년 신약 연구를 시작한 LG화학이 4000억원 규모가 넘는 기술수출 성과를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LG화학은 미국 리듬파마슈티컬스에 희귀비만증 신약 후보물질 ‘LB54640’의 글로벌 개발·판매권을 이전하는 내용의 3억500만달러(약 4014억원) 규모 계약을 맺었다고 5일 발표했다.

LG화학이 조건 없이 확보한 선급금은 1억달러다. 계약 성사 직후 4000만달러는 현금으로, 2000만달러는 나스닥시장에 상장한 리듬파마 주식으로 지급된다. 나머지 선급금 4000만달러는 1년6개월 뒤 추가 지급된다. LB54640이 시판 허가를 받을 때까지 단계별로 2억500만달러를 더 받게 된다. 매출의 일정 비율도 로열티로 받을 수 있다.

신약 기술수출 선급금은 개발 성공 가능성을 평가하는 지표 중 하나다. 실패 위험이 낮을수록 조건 없이 오가는 ‘몸값’을 높일 수 있어서다. 이번 계약 선급금은 전체의 33%에 이른다. 업체 관계자는 “LB54640은 리듬파마에서 2022년 출시한 ‘임시브리’와 같은 계열의 먹는 약”이라며 “주사제를 먹는 약으로 바꿀 수 있기 때문에 성공 가능성을 높게 평가했다”고 했다.

희귀비만증은 포만감 신호를 주는 멜라노코르틴4 수용체(MC4R) 유전자 등의 변이 탓에 식욕을 억제하지 못하는 질환이다. 어릴 때 증상이 시작되는데, 비만이 점차 심해져 사회생활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LB54640은 MC4R에 작용해 식욕을 억제하도록 돕는다.

지난해 10월 미국에서 임상 2상 시험에 진입했다. 임상 1상에서 매일 한 번 28일간 복용해 최대 3% 체중이 줄어드는 등 신약 성공 가능성을 확인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이 물질을 희귀의약품으로 지정했다.

상용화된 희귀비만증 치료제는 주사제인 임시브리뿐이다. LB54640은 같은 계열의 세계 첫 먹는 약이다. 임시브리로 희귀비만약 시장 선도 기업이 된 리듬파마가 LB54640 개발에 나서면서 상용화 속도를 높일 수 있을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손지웅 LG화학 생명과학사업본부장은 “리듬파마는 LB54640의 성공적 개발을 위한 최적의 파트너”라고 했다.

LG화학은 이번 기술수출로 신약 개발 역량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국내 기업 중 신약개발 업력이 가장 긴 LG화학은 1997년 영국 GSK(옛 스미스클라인비참)에 항생제 개발권을 이전하는 3775만달러 규모 계약을 맺으면서 기술수출 포문을 열었다. 2007년 미국 길리어드사이언스에 간질환 신약을 수출하면서 맺은 2억달러 규모 계약이 가장 큰 거래였다.

자체 개발 신약도 늘고 있다. 통풍약 ‘티굴릭소타트’는 미국 유럽 등에서 외부 기업 도움 없이 임상 3상 시험을 하고 있다. 2028년께 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포함해 2030년까지 미국 등 글로벌 시장에 5개 신약을 출시해 매출 2조원을 넘기는 게 목표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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